Page 10 - 붓다동산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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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산의 봄

                            무루당 이동산인불교희대법학사원

 김화(金化)의 대성산에서 떨어져 나온 수리산   나도 선인(仙人)이 되어 그 품안에서 무위삼매
의 용맥(산맥)이 남쪽으로 비틀거리며 내려오다   (無爲三昧)다.
가 큰 계곡을 만나 문득 취기봉(聚氣峯)을 이루   동남쪽으로 해발 의1468m 화악산과 서쪽으로
며 멈춘다.                      백운산이 의젓하고 크고 작은 산들이 첩첩으로
 황소 한 마리가 화악산(化岳山)을 향해 머리를  산을 업었다.
두고 앉아 되새김질을 하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    흐르는 계곡물에 건각(健脚)을 딛고 있는 기암
는 형국이다. 여기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용담  괴석들. 산수유, 산당화며, 개나리, 진달래가 산
리 청람산(靑嵐山)이다. 눈 잣대로 짚어 황소의  불을 태우고, 물가에 번져있는 물철쭉은 꽃뱀이
가슴부위쯤이나 될까, 거기에 묵정밭이 천 여평   되어 구불구불 사행천(蛇行川)을 이룬다. 치마폭
있었는데, 보은사 주지스님이 산세가 좋으니 사   처럼 흘러내린 화악산 계곡마다 용트림으로 피
두기를 권했던 것이 어언 십여 년이 되었다.    어오르던 운무(雲霧)들이 아침햇살에 힘없이 자
 청람산을 감돌아 흐르는 개여울에는 침식된 암   진(自盡)해 버리는 뜻은 염량세태(炎凉世態)가
반(岩盤)이 이무기처럼 다붓다붓 등허리를 수면   싫어서 청산계곡으로 숨어드는 은둔자의 행각이
위로 내밀고, 그 위에 앉아 물속을 응시하고 있  던가…….
는 왜가리의 모습은 자못 염불삼매(念佛三昧)에    물고기를 몰던 아이들의 재잘거리던 소리도 여
든 노승(老僧)의 자태요, 주변으로 번져있는 물  울에 휩쓸려 잦아든다. 언뜻 탄공선사(呑空禪師)
안개는 한 폭의 선경화(仙境畵)를 품어 안는다.  의 휘호(揮毫)가 떠오른다. 선사께서는 세를118

년 월호8 | 2016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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