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붓다동산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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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 不墨 萬古屛, 流水 無線 千年琴 - 百七歲 呑空
                       청산은 그리지 않았건만 만고의 병풍이요,
                      흐르는 물은 줄이 없으되 천년의 거문고로세.

로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것이 내심 미안했지만  고 옥수수며 고구마, 토마토 등속들을 심어 놓았
제멋대로 많이 자라서 낯설어 보인다.        다. 아내도 꽃모종을 가꾸며 여념 없이 여름을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손주놈들이 와서 바    보낸 것이다.
캉스를 즐기기 때문에 그들의 의지처로 지어 놓
은 원두막이 고즈넉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원두막에 앉아 주변을 조망(眺望)해 보면 멀
내가 손수 지은 것이어서 이태만에 준공(?)을   리 서남방으로 일자문성(一字文星)이 그어져 있
마친 것이 벌써 7년이 지났나 보다. 아무리 무  고, 가까이로는 물 건너 아담한 노적봉(露積峯)
더운 여름철이라 해도 해만 지면 화악산이 뿜어   이 안산(案山)으로 보국하고 있는데 실백나무 무
내는 싸늘한 한기가 용담리 계곡을 표표(飄飄)   성한 숲 사이로 백로가 너울너울 나드는 풍정은
히 덮어 내린다. 혹연 어린것들의 건강이 염려   보는 이를 황홀케 한다. 천박한 풍수관으로 짚어
되기로, 컨테이너 하나를 장만하여 전기판넬을    본다면 일자문성은 장상배출(將相輩出)의 대길
깔고, 싱크대와 냉장고를 들여놓고 보니 훌륭한   격(大吉格)이요, 노적봉은 오행으로 보아 금성산
콘도가 된 것이다. 뒷산 옹달샘에서 솟는 생수   (金星山)이 틀림없으니 노적가리를 보는 듯 배가
를 끌어 식수난을 해결하고, 샤워실 겸 수세식   부르다.
화장실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이만하면 별장임
에 넉넉함이요, 야영에 필요한 하우스 그늘막도   우리 집 자리가 명당일는지의 여부는 알 수
헛간 삼아 지어 놓았으니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없으나 종일 햇빛이 맑으니 적어도 무해지지(無
우리 집이 된 샘이다.                害之地)는 될 듯싶다. 김수증처럼 정사(精舍)를
 올해는 생업을 놓고 봄부터 아내와 함께 여기   짓는 다는 것은 언감생심한 일이요 형편을 보아
에서 여름을 즐겼다. 칠백평 남짓한 밭뙈기는 다  한 칸 남짓한 모사(茅舍)나 꾸미고 나의 호가 무
루기가 버거워 동리 사람에게 도조(賭租)를 주었  루당(無漏堂)이니 문패를 그리 써 붙이고 모사기
고, 집 주변으로 남은 삼백 여평에는 호박도 심  茅舍記 나 쓰면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다( )
                                                    . 동산불교대학·대학원
                                                                      DongSan Buddhist Academy

년 월호10 | 2016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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