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2003년)을 맞아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는 시기입니다. 새로운 세상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낡은 사고와 관행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은, 무상 무등등의 진리라 하더라도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거나 유용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한국불교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새롭게 열리는 세상을 구제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왠지 자신감이 사라지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불교는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적요소가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1700년 역사를 이어온 저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가장 많은 신도를 확보하고 있는 유력한 종단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뛰어난 포교사가 등장하고 있기도 하고, 천년을 잠들어왔던 거사불교가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거기에 만족하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한국불교가 민족의, 인류의 희망이자 등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님들에게, 종단에게, 몇몇 이름 난 지도자들에게만 이 급박한 현실을 언제까지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또 그런 의존이 우리 한국불교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재가불자들이 그 동안 수동적 태도에서 과감히 벗어나 불교의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한국불교의 희망은 재가불자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가불자가 변할 때 한국불교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입버릇처럼 되뇌는 불교중흥이나 불국정토건설은 재가불자들이 달라질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거룩한 승가의 재가불자들이 당당히 설 때 불교의 밝은 미래는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 몇몇 뜻있는 재가불자들은 오늘 그 시급하고도 의미 있는 변화를 추동해내기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자 합니다. 누구를 배제하고 배척하는 모임이 아니라 순수하게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조금씩 한국불교를 변화시키는 모임을 발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을 거론치 않더라도 재가불자들이 스스로 변화를 다짐하면서, 떨쳐 일어남은 소중한 변화를 향한 '소리는 작지만 울림은 큰 거사'라고 자부합니다. 변화는 구호나 거창한 조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재가불자들 각자가 생활 속에서 108배를 통해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염불을 통해 신심을 고취시키며, 경전을 공부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이웃에게 불법을 전하는 원력과 실천이 있을 때 한국불교가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이 작은 울림이 끝내 한국불교를 바꿔내고, 마침내 세계일화를 이뤄내는 거대한 법륜의 포효로 확대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재가의 깃발 높이 세우고 새 불교, 새 세상을 향한 법륜 굴리는 일에 나서고자 합니다. 이 장엄한 대열에 뜻있는 재가불자들의 동참이 요원의 불길처럼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불국정토 그날까지 구르라, 재가의 법륜이여! 펄럭이라, 재가의 깃발이여!
불기 2547년 7월 22일 붓다클럽 108발기인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