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붓다동산7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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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수원 용주사, 서산 개심사, 설악산 월정사 네귀에 물림하여 좌우를 막아 긴 사각형 모양으
의 경우가 그렇다. 로 만든다. 괘불함은 법당의 불벽 뒤쪽에 선반
을 설치하여 보존하고 있는데 불, 온도, 습도, 해
흔히 괘불 석주와 당간지주를 혼동하는 경우 충의 피해를 받지 않고 통풍이 가장 잘 되는 곳
가 있다. 당간(幢竿)은 보통 사찰 입구에 있으 에 모셔두고 있다. 괘불 함에도 명문이 적혀 있
며, 사내의 특별한 행사 내용을 알리는 번이나 는 경우가 가끔씩 눈에 띄는데, 음각에 색을 칠
깃발을 달아 매는 큰 돌기둥이다. 반면 괘불 석 하거나 붓으로 널판자에 직접 쓰거나 종이를 바
주는 법 당 앞이나 마당에 있는 자그마한 두 쌍 르고 그 위에 적는 경우도 있다.
의 기둥이다. 괘불 석주에는 명문이나 조각이
새겨져 있는 것도 있다. 여수 흥국사의 용 조각 (4)괘불문(掛佛門)
과 진주 청곡사의 호랑이 조각은 기법이 뛰어 법당 왼쪽이나 오른쪽에 사람이 출입하기에
나며 입체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시주자 는 작은 문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나 건립 연대 등을 적고 있는 명문은 부안 개암 괘불이 출입하는 괘불 구멍이 있는 괘불문이라
사, 여수 흥국사, 영천 은해사, 무주 안국사, 영 고 부른다. 보통 때에는 굳게 잠겨져 있다가 괘
암 도갑사, 안성 칠장사 등의 괘불 석주에 남아 불함이 출입할 때만 사용하는 정사각형의 창문
있다. 인데, 이 문을 통해 괘불은 일직선상에서 가로
로 움직여 드나든다. 불벽과 법당의 뒷벽 공간
(2) 괘불대(掛佛臺) 이 매우 좁기 때문에 좌우로 움직이거나 세워서
대웅전 뒤를 돌아가 보면 건물의 길이 만한 운반하기가 곤란하므로 별도의 문을 괘불함 크
긴 장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괘불대라고 하 기에 알맞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는데 괘불 석주에 고정시켜 괘불을 높이 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괘불을 모시는 의식에서 (5)제작 장소와 제작 과정
괘불대를 세우는 일은 맨 처음이면서 또한 가 괘불의 제작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장 힘들다. 괘불 석주가 없는 곳이나 기우제 등 이 배접할 수 있는 넓은 실내 공간이다. 그림을
을 지내는 야외에서는 괘불대를 땅에 묻어 세우 그리기에 앞서 표구의 바탕틀을 제작하게 되는
기도 한다. 보편적으로 괘불은 남아 있지만 석 데 실제 그림보다 10미터 정도가 더 큰 공간이
주나 괘불대가 없어 괘불을 모시지 못하는 곳도 필요하다. 한 여름의 우기철이나 한파가 심한
많이 있다. 겨울철에는 풀을 다루는 배접의 작업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되는 봄이나 가을에 넓
(3) 괘불함(掛佛函) 고 큰 누각이 있는 곳에서 제작되었을 것이다.
괘불함은 괘불궤 (櫃), 괘불곽 (廓)으로도 부르 한편, 괘불의 크기는 괘불을 제작하는 장소에
는데 쪽이나 옹이가 없는 네 개의 길다란 자를 따라 그림의 크기가 제한된다. 그림의 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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