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붓다동산7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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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태어난 지 이레 만에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께서도 사문유관(四門遊觀)
죽음으로 헤어짐이 있었거늘 하물며 어찌 다른 사람과 싯닷다의 출가 동기로 잘 알려진 사문유관의 이야기
의 헤어짐이 없을 수 있겠는냐, 찬나야! 인생이란 홀로 를 적는다.
태어나 홀로 죽는 것 어찌 동반이 있겠느냐!” 어느 날 동문(東門)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한 노
(世間之法세간지법이 獨生獨死독생독사이거늘 豈復 인을 만났는데 백발 머리에 이빨은 빠지고 허리마저
有半기복유반이리요) 구부러져 지팡이를 짚었지만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
싯닷다의 이 말 한마디 속에는 떨쳐 버릴수 없는 고 였다. 이때에 싯닷타는 시자(侍者)에게 물었다.
독이 배어 있지 않은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
농경제(農耕祭) “늙은 노인이라 합니다.”
저 히말라야산맥 볕바른 기슭에 쌀과 감자를 경작하 “무엇을 늙음이라 말하는가?”
며 샤카족이라는 부족이 살고 있었는데, 그 성의 이름 “나이가 많아서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사람을 노인
은 까비라왓두라고 하며 숫도다나(정반왕)라는 성주가 이라 말합니다.”
다스리고 있었다. 이곳이 싯닷타가 태어난 까비라왓두 “나 또한 저렇게 되어 늙음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
라는 조그마한 부족국가였다. 이 나라에서는 봄이 되 는 말이냐?”
면 파종에 앞서 농경제(農耕祭)를 올리는 것이 농경사 “그렇습니다. 태어남에는 반드시 늙음이 있고 늙음
회의 부족장이 해야 할 임무의 하나였다. 장차 태자도 에는 귀천의 구별이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기에 부왕 숫도다나는 싯닷타 태자를 데 싯닷타는 늙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실의에
리고 농경제에 참석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싯 빠져 궁궐로 돌아왔다.
닷타는 구릿빛으로 된 농부의 지친 얼굴에서 구슬 같 어느 날 또 남문(南門)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병든
은 땀방울을 보았고, 소는 지쳐서 허덕이는데 채찍을 환자를 만났는데, 자기도 언젠가는 저렇게 병이 들어
맞아 살이 터지고 멍에를 맨 목등이 졸려 피가 흘러내 고통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수심에 쌓인 체 궁궐로
리는 것을 보았다. 쟁깃날에 흙이 뒤집힐 때마다 나오 돌아왔다.
는 벌레들을 새들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쪼아 먹는 것 어느 날은 서문(西門) 밖으로 산책을나갔다가 사람이
을 보고 열두 살의 어린 왕자는 슬며시 자리를 떠나 행 죽어나가는 장례행열을 보고 상여 뒤를 따르는 가족들
사장을 빠져나와 조용한 잠부나무 아래에 가서 가부좌 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죽음의 슬픔을 알게 되었다.
를 틀고 앉아 깊은 삼매에 빠져 색계초선(色界初禪)의 어린 싯닷타는 늙음도, 병듦도, 죽음도 피할 수 없음
경지에 들어 법열(法悅)을 얻었다고 한다. 이것을 경전 을 알고 깊은 번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북
에는‘잠부나무 아래의 정관(靜觀)’이라고 적고 있다. 문(北門)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이번에는 법복을 입
이것은 6년 고행 끝에 얻은 바가 아무것도 없어 고행 고 손에는 바루를 들고 땅만 내려다보고 걷고 있는 사
주의를 포기하고 새로운 수행의 길로 바꾸는데 큰 영 문을 만나게 되었다. 싯닷타는 시자(侍子)에게 물었다.
향을 끼쳤던 대목이 되고 있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사문(沙門)이라 하옵니다.”
년 월호6 | 2016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