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붓다동산7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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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한가위와 차례

                                  무루당 이동산인불교희대법학사원

 말복이 지나면 산야의 초목들이 자라기를 멈춘         어로 동구 밖을 내다보시던 어머니의 기다림이
고 가지에 달린 열매에 속살을 채우기에 바쁜 계        아니더라도 선영3)(先塋)이 계시기에 몸보다 마음
절이다.                              이 앞서 달리는 곳. 올해는 유별하게도 아련한
“밋긴 유월, 어정 칠월, 동당 팔월 이라더니         향수가 노객의 가슴을 판다.
세월도 빠르기도 하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부모님이 계신곳이 고향 땅이요, 선영이 계시
바람이 불면 혼자말처럼 하시던 어머니의 푸념          기에 내 고향이지, 이분들이 없으면 고향도 그리
이셨다.                              움도 어디에가 찾을까!
 문득 눈앞에 닥친 추석 명절... !              산자와 죽은자가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연
 주렁주렁 칠남매의 추석빔이며, 차례상에 올          연(戀戀)하는 것은 묘지문화와 제사의식이 매체
릴 제물 장만에 걱정이 되시련만 어머니의 오지         가 되어 오늘에 까지 이여저 온 것이리라. 생업
랖은 언제나 넉넉하셨다.                     에 매어 뿔뿔이 헤어져 살다보면 설이나 추석이
 철없이 기다리던 추석날 젯상에는 조율이시           아니고는 만날 기회가 없고, 돗자리 옆에 끼고
棗栗梨枾 며1)( ) , 주과포혜2)(酒果脯醯), 햅쌀밥에  다붓다붓 성묘가는 오솔길에서 쌓였던 회포를
토란국, 송편옆에는 부추전(煎)이 소담하게 진설        풀어 놓으며 혈육의 정분은 돈독해 진다. 묘지문
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머니 나름대로 얼마         화와 제사의식은 산자와 죽은자가 만나는 극락
나 동당거름을 하셨을까.                     교가 아니던가?
 부여땅, 먼 두메골 구억말에는 어린시절 꿈모          산업의 발달로 대가족이 무너지고, 물질이 풍
종을 키우던 모사(茅舍) 한 채가 큰 치마바위 밑       부해지면서 살가웠던 가정문화가 여지없이 흩어
에 게딱지처럼 엎어져 있었다. 언뜻 언뜻 토담넘        져 혈육과 동기간의 의리마저 희미해졌으니 이

년 월호8 | 2015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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