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반야회를 한 사람의 뜻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자연스럽게 운영되는 역동적인 재가불자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안동일 동산반야회 신임 이사장은 취임식을 며칠 앞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을 여의고 마음과 몸 모두 가눌 수 없어 힘든 시간을 보내던 안 이사장은 동산불교대학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났다. 고 김재일 이사장과의 인연도 그때부터다.
"돌아가신 김재일 이사장님과 염불만일회, 붓다클럽을 조직하고 이끌어오면서 참 신명나게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에 김이사장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당신은 모든 걸 접고 요양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동산반야회를 저더러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럴 수는 없는 일이어서 일손이 필요할 때면 언제라도 도와드릴 테니 요양하시면서 계속 이끌어 달라고 했지만, 채 한 달도 못되서 허망하게 가버리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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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일 신임 동산반야회 이사장 | 안 이사장은 부처님의 뜻이다 싶어 마음을 굳히고 이사회를 거쳐 이사장에 선출됐다. 그래도 고 김재일 이사장의 그늘은 너무 컸다.
"김재일 법사님의 불교정신을 제가 뛰어 넘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김재일 법사님을 이어서 동산반야회가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안동일 이사장은 자신을 '법조인이고 절차를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동산반야회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동일 이사장은 법무법인 홍익을 이끄는 원로 법조인이다. 94년 이후 조계종 자문변호사 역할도 해왔다. 그 과정에서 괴로운 일도 많았다. 98년 종단사태 때에는 '무력에 무력으로 맞서자'는 스님들을 막다가 결국 실퍄했다.
"94년 부터 종단 자문변호사 역할을 하면서 명도소송을 진행했습니다. 98년에는 집달관을 앞세워 총무원 청사를 되찾는 일을 한 것은 아직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하나지만 전하는 방법은 천수천안입니다. 내 방법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교적인 것이 아닙니다. 불교는 투쟁의 종교가 아닌 화쟁의 종교입니다. 지금의 불교는 뭔가 잘못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안 이사장은 취임을 앞두고 동산반야회 이사진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미래전략을 구상해왔다고 말했다. 원로스님 15명과 재가 불자 17명을 자문위원으로 모셔 폭넓은 의견 청취를 통해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젊은 불자,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불교를 위해 글로벌 마인드에 기초한 운영을 할 것입니다. 영어불교학교를 비롯해 불교가 주체가 되는 예술마당 등 젊은 불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입니다."
영어불교학교는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금강경 영어 강의 등 경험이 풍부한 전정봉 동산반야회 이사(카이스트 교수)가 주축이 된다고 밝혔다.
안 이사장은 불교가 가진 나름의 멋을 되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불교는 나름의 멋이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데 최근에는 불교나름의 맛과 멋을 계속 잃어가고 있습니다. 불교 본래의 멋을 잃어버리지 않되 글로벌 시대에 맞는 불교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안 이사장은 또한 종단과의 관계 개선에도 앞으로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동산불교대학이 조계종과는 불교교양대학 등록 문제로 조금 소원하게 지내왔는데, 앞으로 담당부서와 협조하여 제도적으로 여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산불교대학의 '대학' 명칭 사용문제도 "법조인 답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일 이사장의 취임식은 11월 6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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