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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어디까지 읽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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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4-16 12:05 조회5,7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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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어디까지 읽어보셨나요?

-니까야 독송 4년째에 접어들면서-

 

 


이미령 교수 | 니까야독송반

  니까야를 읽기 시작한 지 3년을 꽉 채우고 4년째 접어듭니다. 처음 상윳따 니까야를 읽을 때에는 그저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 매주 빠지지 말고 참석해야 한다, 어떻게든 7년 결사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한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읽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외람되게도 매번 그날 읽을 경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을 해드리느라 진도가 좀 더뎌진 면이 있지요.

아, ‘니까야’ ‘상윳따 니까야’라는 말이 무척 낯설고 껄끄럽기까지 한가요? 그것도 경전 이름인가 하는 의문이 드시나요?

맞습니다. 팔만대장경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전입니다.

아무리 금강경이 소중하고 법화경이 으뜸가고 화엄경이 웅장하고 무량수경이 간절하다고 해도 니까야(아함경)라는 경전의 내용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팔만사천 법문, 팔만대장경도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런 중요한 경전이 니까야입니다. 혹시 아직도 니까야라는 이름이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신다면 ‘아함경’이란 이름으로 대신 생각해도 좋습니다.

  니까야, 혹은 아함경-가장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경전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요즘은 아주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아함경을 읽으려고 하는데 뭘 어떻게 읽어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읽을 순서와 좋은 번역서를 소개해달라는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납니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2천년하고도 수 백 년의 나이를 먹은 불교, 인도 땅에서 피어나 그곳에서 그저 고실고실 유지되다가 시들어버리지 않고 중동지역까지 퍼져나간 불교, 스리랑카로 흘러내려가 동남아시아 전역에 화려한 문명의 꽃을 피워준 불교, 중앙아시아를 아름답게 수놓았으며, 가슬가슬한 실크로드를 스쳐 중국과 한국, 일본까지 넘실거리며 사람들의 세포 속까지 파고든 불교. 이 불교가 있게 된 바탕인 석가모니 부처님을 직접 대면하고 싶은 사람들이 바로 ‘아함경’ 혹은 ‘니까야’를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불교를 알고 싶다며 ‘아함경(니까야)’이라는 그 경 한 번 좀 읽어봐야겠다는 분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속으로 이렇게 외칩니다.

“참 잘 오셨습니다. 주소를 제대로 알고 찾아오셨습니다.”

불교의 본적은 ‘니까야(아함경)’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학자들 중에는 저의 이런 생각이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석가모니를 제외하고, 불교를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십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알뜰하게 모여 있고 담겨 있는 경이 바로 아함경이요, 니까야입니다.

자, 이제 불교 공부 좀 했다는 분들에게 여쭈겠습니다.

경전, 어디까지 읽어보셨습니까?
아함경 읽어보셨다고요?

그렇다면 장아함경, 중아함경, 잡아함경, 증일아함경을 다 읽어보셨습니까? 디가 니까야, 맛지마 니까야, 상윳따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 쿳다카 니까야를 다 읽어보셨습니까?

이거 직접 다 읽어보지 않았으면 ‘나도 경전 좀 읽었다’라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다는 읽어보지 못하였어도 그 방대한 아함경(니까야)에서 중요한 경전을 간추린 책으로는 읽어보셨다고요? 참 잘하셨습니다. 어떤 한 개인의 관점에 근거하여 모아놓고서 ‘정선(精選)’ ‘축약(縮約)’ ‘한 권으로 읽는…’이라는 이름을 앞에 붙인 아함경(니까야)도 시중에는 많습니다. 어마어마한 아함경(니까야)를 생각해볼 때 이런 간추린 경전들이 나온 것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하지만 길고 짧은 경이 천 개가 훌쩍 넘는 아함경(니까야)입니다. 그 속에서 중요하고 덜 중요한 기준은 누가 어떻게 세운 것일까요? 그리고 그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서만 경전을 읽는 게 과연 타당할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서양 사람이 한국을 알아보고 싶다고 가정해보지요. 그런데 한국을 다녀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 “한국이란 나라를 다 둘러보려면 너무 시간도 걸리고 또 어디나 비슷비슷하니까 서울의 경복궁, 덕수궁, 남산 가보고, 부산에 가서 해운대 가보고, 전라도에 가서 지리산 보고, 강원도에 가서 설악산 케이블카 타보고 오면 한국은 다 둘러본 거나 같습니다.”라고 일러준다고 합시다.

실제로 시간도 빠듯하고 경비도 넉넉지 않은 여행자라면 중요한 곳만 콕 콕 짚어서 눈도장 찍고 둘러보고 ‘한국여행 끝!’이라고 외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몇몇 곳이 한국을 말해주는 곳일까요? 이런 몇몇 곳만 둘러보고서 과연 한국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아함경(니까야)이라는 그 방대한 경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싶은 경들을 골라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을 읽고서 “아함경 읽어봤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요?

하나의 나라를 알려면 시간을 들여서 차분히 밟아봐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북적대고 살고 있는 개성도 없는 달동네 골목길도 둘러보고, 재래시장과 혼잡한 지하철도 타봐야 하고, 증권가인 여의도도 둘러봐야 하고, 패션의 첨단이라고 하는 서울 강남의 화려한 거리도 둘러봐야 하고, 햇빛을 보지 못한 학생들이 누렇게 뜬 얼굴에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뛰어다니는 학원가도 둘러봐야 합니다.

불교경전의 가장 기본이라고 하는 아함경(니까야)를 읽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윳따 니까야의 경우는 거의 똑같은 내용들이 너무나 많이 반복되어서 어떤 것들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고 제 자신이 말할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가능하면 경 하나하나를 다 읽어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앞의 경과 뒤의 경에서 어떤 단어가 새롭게 들어갔는지를 찾아내보아야 하고, 앞의 경에서는 주인공이 석가모니와 외도(外道) 갑(甲)이라는 사람이라면, 뒤의 경에서는 석가모니와 그 제자 을(乙)이라는 사람이라는 차이가 가르침이 전개됨에 있어 어떤 미묘한 표현의 차이를 불러오는지도 직접 찾아봐야 합니다.

  처음에 읽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도 없지만 자꾸 읽어보면 “아하, 이런 것이 붓다의 방식이로구나”하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부처님 살아계시던 당시 타종교인 한 사람이 붓다와 만나서 ‘궁극적 진리’라는 것을 말했습니다. 부처님이 되물었습니다.

“대체 당신이 말하는 그 ‘궁극적 진리’라는 것이 뭡니까?”

그는 답했습니다.

“그보다 더 훌륭할 수 없고 더 우월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보다 더 훌륭하고 더 우월할 수가 없는 최고의 진리라는 것이 뭐냐니까요?”

자꾸 묻는 바람에 말문이 막히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예를 들면, ‘난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친구가 그에게 ‘그 여자 이름이 뭔데?’라고 묻자 그가 ‘몰라. 암튼 난 그 여자를 사랑해’라고 대답한다고 합시다. 친구가 다시 ‘그 여자 몇 살인데?’라고 묻자 ‘몰라’라고 답하고, ‘그 여자 어디 사는데, 어떤 일을 하는데, 어떻게 생겼는데?’라고 물어도 사랑에 빠졌다는 남자는 ‘몰라, 난 몰라. 암튼 난 그 여자를 사랑해’라고 대답한다고 합시다. 최고의 진리, 궁극적 진리, 으뜸가는 빛이라는 말은 그럴 듯하게 늘어놓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하는 당신은 마치 사랑에 빠진 어리석은 남자와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맛지마 니까야에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제가 많이 윤색해서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불자들에게도 해당합니다. ‘마음자리’ ‘본래 자리’ ‘참 나’ ‘주인공’ ‘진리’ ‘깨달음’이라는 말은 서슴지 않고 해대면서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하는 불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니까야(아함경)에서는 처음부터 자기 몸과 마음으로 길을 걸어가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것은 언급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전생이니 내생이니 하는 것은 그만두십시다. 충실하고 차분하게 수행할 사람만 제게 오십시오. 나는 그 사람이 스스로 알고 스스로 보도록 할 것입니다.”(맛지마 니까야 제3권 80번째 경)라고 붓다는 말씀하십니다.

이제 동산의 니까야 독송결사가 4년째에 접어듭니다. ‘지금 참가하기에 너무 늦은 거 아닌가’ 걱정하신다면 그럴 염려는 아예 하지 말아주십시오. 매주 목요일 7시면 초심자의 마음으로 니까야 독송회원들이 자리한답니다. 늘 처음 같은 마음으로 늘 처음 같은 신선한 눈으로 늘 처음 같은 신선한 목소리로 붓다의 가르침을 읽어나가니까 그저 오래오래 니까야 독송에 참여하겠다는 결심만 하나 가지고 오신다면 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이 경전과 친해질 수 있도록 힘닿는 대로 노력하겠습니다. 나무 서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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