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문화학과 정산스님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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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2-09 11:36 조회4,498회 댓글0건본문
스님의 매니큐어 그림, 프랑스 화단을 사로잡다
- 입력 : 2011.01.23 10:00
- ▲ 정산스님 /뉴시스
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샤랑통살롱전은 매년 각국의 작가를 초대하고 그중 한 명을 명예작가로 선정한다. 명예작가에게는 특별전시를 열어주고 시장상을 수여한다. 오는 1월 20일부터 2월 12일까지 특별전시를 하게 된 행운의 한국작가는 정산(靜山·속명 김연식·65) 스님이다. 국내에서도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작가가, 그것도 미술교육이라고는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스님이 어떻게 프랑스 화단의 초대를 받게 됐을까.
3년 전에 첫 개인전을 열고 화가로 신고식을 치른 정산 스님의 이름 앞에는 ‘매니큐어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정산 스님은 물감이 아닌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린다. 재료의 독특함도 눈길을 끌지만 여성의 욕망이 농축된 매니큐어와 남자 스님의 조합이라니, 어째 심상치 않다. 정산 스님을 만나 매니큐어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을 주간조선이 들어봤다.
정산 스님의 본업은 화가가 아니라 사찰음식 전문가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사찰음식전문점 ‘산촌’을 운영하면서 동산불교대학 사찰음식문화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눈으로 먹는 절 음식’ ‘북한의 사찰음식’ 등 사찰음식 관련 책도 네 권이나 펴냈다. 음식점 ‘산촌’은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아시아 톱10 음식점’에 꼽힐 만큼 외국인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인터뷰를 위해 ‘산촌’을 찾아간 날도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샤랑통 시장한테 초대장이 왔는데 저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어요. 깜짝 스타가 된 연예인처럼 길거리 캐스팅된 셈이죠.” 정산 스님은 ‘화가 데뷔’도 ‘샤랑통살롱전 캐스팅’도 뜻하지 않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이 색과 맛이 어우러진 예술이듯 그림도 다르지 않다. 내겐 요리·그림이 똑같은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정산 스님은 행자 생활을 하면서 음식의 색과 향에 빠져들었다.
“입으로, 손끝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사찰음식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국에 있는 24개 교구 본사를 다니면서 사찰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음식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사찰음식전문가가 됐다. 자연의 색과 맛을 지닌 사찰음식을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1980년 인사동에 ‘산촌’을 차렸다.
철따라 새로운 식재료를 찾아 전국의 산하를 누비기를 수십 년, 자연의 색이 저절로 익혀졌다. 하나의 잎에서도 수많은 초록을 간직한 자연의 풍광에 매료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먹으로 그리기도 하고 물감으로 그리기도 하고 손 가는 대로 그렸다. 정산 스님에게는 음식의 색과 그림을 그리는 색이 한 뿌리였다.
“10년 전쯤이었어요. 음식점에 놔뒀던 도자기가 깨졌는데 여직원이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더라고요. 매니큐어를 빌려 깨진 부분에 발랐더니 감쪽같이 붙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감보다 색깔도 훨씬 다양하고 내구성도 뛰어나잖아요. 알고 보니 지금까지 나온 매니큐어 색깔이 600여가지나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음식점 한쪽에 앉아 시간이 날 때마다 접시에도 그리고, 타일에도 그리고, 작은 성냥갑에도 그렸다.
- ▲ (자료)매니큐어로 그린 관조의 세계 /뉴시스
2007년 공화랑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 ‘스님이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니 화제가 됐다. 매니큐어 회사 코스메틱에서는 작업에 필요한 매니큐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재불화가 이기태씨가 기회 있을 때마다 정산 스님의 작품을 프랑스 화단에 알렸다. 그렇게 작품 사진을 본 샤랑통살롱전 측이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샤랑통살롱전에는 130여명의 작가가 한 점씩을 출품한다. 명예작가인 정산 스님에게는 별도로 25m의 공간을 마련, 20여점의 작품이 걸린다. 이번 특별전에도 2만5000개의 성냥갑을 사용해 가로 5?가 넘는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샤랑통 시당국은 정산 스님의 전시 안내장에 “한국에서 온 김연식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색채·대담한 형태와 빛을 이용한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명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어떤 작품들은 하나의 꽃이 그래픽적인 기호를 가진 형태로 변하면서 모네의 연꽃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고 평했다.
*기사 전문은 주간조선 2140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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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02.01 (화)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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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큐어 작가로 잘 알려진 정산 김연식 작가가 프랑스 파리 12구인 샤랑통시에서 주최하는 60여년 전통의 살롱전(1월20일~2월 12일)에 초대됐다. 매년 150여명의 참여 작가중에 1명을 선정해 샤랑통 시장상을 수여하게 되는데 김연식 작가가 이번 58회 샤랑통 살롱전의 특별전 초대작가 및 시장상 수장자로도 선정됐다.
살롱(Salon)전은 프랑스 정부가 후원하는 공식적인 미술전람회로써, 1667년 루이 14세가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에 소속된 미술가들의 작품전시를 후원하면서 시작됐다. 살롱전이란 이름은 전람회가 파리에 있는 루브르궁의 아폴로 살롱에서 처음 열린 것에서 비롯됐다.
샤랑통(Charenton)市의 ‘Salon de Charenton’은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초대하여 매년 1회씩 개최하고 있으며, 초대작가는 자체의 엄정한 심의과정을 거쳐 선정한다.
이번 ‘제58회 Salon de Charenton’전에는 성별, 국적, 장르를 초월한 130~150명의 작가들이 초대됐다. 또한 매회 살롱전에는 작가별 1점씩 출품하는 회원전과 함께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해 특별전이 동시에 진행된다. 특별전에는 작가적 역량과 인지도 및 공헌도 등을 감안해 1명을 초대하며, 그동안 저명한 원로작가들이 초대된 바 있다.
정산 김연식 작가는 아주 색다른 재료로써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흔히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매니큐어가 작품을 만드는 주요 재료다. 그는 매니큐어로 ‘일상 소재를 통한 깨달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세 번의 개인전 역시 '관조+명상’이란 일관된 주제로 관객과 소통해 왔다. 결국 김연식 작가에게 매니큐어는 화려함 속에 숨겨진 무(無)와 공(空)사상을 동시에 나타내는 키워드인 셈이다.
작가는 “스님이 매니큐어로 미술작업을 한다니까 어쨌든 화제죠. 그런데 이제 실력이 늘어 작업이 꽤 탄탄해졌으니 작품 자체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매니규어 그림은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그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접착력도 뛰어나서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죠. 또 매니큐어만큼 여러 빛깔이 오묘하게 실현된 물감도 없어요. 자그마치 600여종에 이른다면 믿으시겠어요? 물에 닿아도 문제가 없으니 얼마나 장점이 많은지 모릅니다”라며 매니큐어 전문 화가답게 남다른 의지를 밝힌다.
정산 김연식은 원래 불교에 귀의한 승려이다. 열다섯 되던 1961년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해 수행의 과정으로 사찰음식을 접한 그는 사찰음식용 식자재를 구하며, 주변의 자연풍광에 매료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 사찰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절 음식들’을 채록해 여러 권의 책으로 출간한 바 있다. 이처럼 작가활동 이외에도 사찰음식전문가로 활동하며, 동산불교대학 사찰음식문화학과 학과장을 맡아 후학도 지도하고 있다. 그만큼 사찰음식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현재 작품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특별한 존재이다.
김연식 작가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사찰음식 전문가, 대학교수, 미술가, 집필가, 재즈 피아니스트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그에게 음식이나 미술, 음악은 모두 한 줄기이며 뿌리는 결국 하나로 통한다. 그 이면에는 불교의 부처님 말씀을 통해 무욕과 관조의 바탕을 이룬 ‘불성’이 형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꼭 불교적인 테마로만 이해하는 것은 작품의 반쪽만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기성 작가들과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탁월한 작품 감각을 지닌 어엿한 프로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의 큰 스케일의 설치작품은 보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이전 개인전 설치작품의 경우 2만5천여개의 성냥갑을 활용한 경우(세로 약 2미터에 가로 10미터가 넘는 벽면을 꽉 채운 설치작품), 500여개의 편백나무 큐브, 지름 150cm의 스테인리스 스틸 구(球) 등을 활용한 시각적인 효과는 그의 일관된 주제인 ‘무(無)와 유(有)’, ‘공(空)과 색(色)’을 아주 다양하고 깊이 있는 관점으로 연출해내고 있다. 김연식의 작품은 ‘매니큐어로 그린 동양정신의 오묘한 세계’이며, 동시에 김연식 특유의 조형어법으로 그려낸 ‘무욕의 이상적인 인간세상’을 꿈꾸게 하고 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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