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찜통 같은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염불정진은 계속됐다. 폭염이 전국 산하를 용광로처럼 달군 7월 30일. 만해 마을에서 주력삼매에 든 염불행자들이 불볕 더위를 내설악 밖으로 힘차게 밀어내고 있었다.
“둥둥두~둥…. 둥둥두~둥….” 우렁찬 대북 소리에 맞춰 ‘나무아미타불’을 외치는 300여 염불행자들의 ‘염’은 끊이지 않았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합장한 손등으로 이내 주르륵 흘러내렸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염불행자들은 정진에 정진을 이어갔다. 지칠법도 할터인데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는 이상하게도 생기가 감돌고 있었다.
지난 1998년 8월 6일 시작해 2025년 12월 21일까지 염불정진에 서원을 세운 전국염불만일회 회원들. 건봉사, 대원사, 백담사, 미황사, 은해사, 법화사 등 매년 여름이면 전국의 불교성지를 찾아 신심을 다지던 이들 염불행자들이 올해에는 만해 한용운 스님의 얼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인제 ‘만해 마을’을 찾았다. 전국염불만일회의 제13차년도 염불정진대회는 7월 30~8월 1일까지 진행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염불행자들은 3일 간 땡볕 더위로 이글거리는 한여름의 내설악을 염불소리로 장엄했다.
전국염불만일회 안동일 회장의 염불정진발원을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매일 1만 번씩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는 본격적인 3일간의 수행에 들어갔다.
첫날 아미타불 48대원을 합송하며 시작된 염불정진대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수행의 열기가 뜨거워져 갔다. 북, 장고, 목탁소리 등에 맞춰 모든 참가대중들이 소리 높여 부른 “나무아미타~불”의 우렁찬 염불소리가 고즈넉한 내설악의 깊은 잠을 깨웠다. 또 장엄염불에 이어 진행된 동산의식 풍물반과 범패반의 천수북 공연과 천수바라춤은 연화세계에 핀 연꽃처럼 아름다웠다.
염불로 밤을 지새운 이튿날에도 참가자들은 ‘나미아미타불’을 입에서 놓지 않았다. 새벽 5시, 참가자들은 만해 스님 산책로를 따라 12선녀탕까지 행선염불정진을 이어나갔다. 아침 해가 뜨기 전 설악의 새벽을 깨우는 ‘나~무아미타불’ 소리와 북, 장고, 목탁소리는 한 여름의 더위를 잊고 설악의 청정한 기운을 맛보았다.
한 낮의 폭염보다 염불행자들의 신심과 열정은 더욱 뜨거웠다. 땡볕 아래서 열린 정진대회 본 행사에서도 염불행자들은 힘차게 염불을 이어갔다.
“염불만일회 염불정진대회에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만일결사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 생의 목표입니다. 회향까지 무사히 마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생의 목표가 됐아여”(민옥란)
“성지대회에 꾸준히 동참하고 있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염불행자들의 정진 열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수행을 게을리 할때면 항상 대회를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지요”(최성순)
“염불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염불삼매에 빠지니 더운줄 모르겠어요. 만해 스님의 민족혼이 깃든 인제에 염불소리가 울려 퍼지니 감동이 벅차 오릅니다.(최용찬)
이번 성지대회의 가장 눈에 띄는 행사는 둘째 날 밤에 진행된 호마천도의식이었다. 아미타춤반이 만든 반야용선을 따라 촛불 하나씩 밝혀든 참가자들은 큰 목소리로 행선염불을 하며 훨훨 타오르는 호마단에 다섯 가지 향을 사루며 각자 인연 있는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장엄한 시간을 갖기도 했다.
북소리에 맞춰 모두들 어깨 들썩이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입으로 큰소리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는 순간 너와 나의 벽이 무너지고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는 정토세계에 다름없었다. 이들 300여 참가자들 모두는 벅찬 감동을 안은 채 또다시 철야정진에 들어갔고, “나무아미타불”을 합송하며 내설악의 어둠을 환하게 밝혔다.
어둠이 내려앉자 염불행자들의 두 손에는 촛불이 하나씩 쥐어졌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촛불행진과 대동제였다. 촛불을 하나씩 밝혀든 참가자들은 큰 목소리로 행선염불을 하며정성스레 사경한 서원지를 사르고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장엄한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대북의 커다란 울림에 맞춰 모두들 덩실덩실 춤을 추며 큰 소리로 나무아미타불을 부르고 또 불렀다.
행사 마지막 날 양양 낙산사를 찾은 참가자들은 해수관음상 앞에서 염불을 하며 ‘지극 정성으로 염불해 모든 중생들과 함께 극락에 가서 성불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다짐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낙산사 주지 무문 스님은 회향 법문에서 “한시도 게을리 하지 말고 자나 깨나 염불하면 살아서 행복하고 죽어서 극락에 갈 수 있다”며 “여기 모인 염불수행자 모두 육바라밀과 육염불을 실천해 정토세상을 발원하자”고 당부했다.
인제=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1059호 [2010년 08월 02일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