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동산불교대 이사장 이상우


   다사다난했던 2013년이 저물고 2014년 청마(靑馬)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들은 이맘 때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  보통 사람들은 지난날을 돌아 볼 때 아쉬움을 느낀다.

   그 허전한 감정때문에서일까. 송년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은 술자리로 대부분 진행된다. 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매개체가 되지만 과할 시에는 그 관계마저 해치는 것이 된다. 특히 그 분위기에 휩쓸린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 소홀해 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세류에 끌려 술잔만 비우는 것은 그 아쉬움을 털어버리기 보다 아쉬움을 더하는 
일이 되곤한다.

   물론 인연있는 사람을 만나 한 해를 정리하며  정을 쌓아가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이런 인연을 지닌 이
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수행에 매진한다면 한층 더 그 인연의 의미가 커질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어떤 이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보람 있게 사는 것입니까? " 하고 묻자 "어제보다 한 발자국씩 앞
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답하며 정진하는 삶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자. 우리 불자들은 항상 부처님과 닮기를 서원한다. 하지만 그 서원을 얼마만큼 실천했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한 듯싶다.

   불자들이 진정으로 연말을 값지게 보내는 것은 지난해를 반성하고 부처님을 조금씩 닮아가는 서원을 새롭게 하는
것이고 생각한다.

   해가 오고 짐을 떠나 '오계는 얼마나 착실하게 지켰는가?' '작은 보시라도 몇 번이나 했는가?' '얼마나 겸손 했는가?'
'들뜨거나 나태하지는 않았는가?'등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잘못한 점은 반성하고, 또는 잘한 점은
자기 자신에게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인 점은 요즘 송년회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거창하게 송년회를 하는 것이 자랑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극이나 영화보기, 산행 또는 여행하기 등과 함께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기 등의 다
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

   동산불교대학에서는 최근 송년회 '동산인의 밤'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어울려 한국춤공연, 사물놀이, '사진반
과  불교미술학과  전시회, 다도체험등을 하며 보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대신했지만 그 어느해 보다 재미있고 보람
이  있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힘입어 12월 31일에는 심야의 종소리를 동산불교대학 강당에서 함께 들으며 철야 염불정진을 진행하며 스스로
를 돌아보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새해아침에는 금강산 건봉사로 이동해 등공대를 참배하고 화진포에서 함께 불심
을 다지며 인연을 더해갈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함께 정진하는 도반들과 함께 새로운 서원을 다지는 것은 불자들만
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청색 말은 행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청색은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의미로 말의 성품과도 비슷하다. 우리 모두가 활발
하고 진취적인 정진의 서원을 세운다면 2014년은 행운과 행복이 가득한 한해가 될 것이다.

   세월은 무시무종한데 우리는 어느 시점을 구분지어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고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은 해가
오감이 상관없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해의 서원을 세우며 부처님을 조심씩 닮아 가는 것이
다.

   갑오년 새해를 앞두고 불자들이 수행에 매진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길 간절히 바란다. 새해에는 현대불
교 신문사와 독자님들께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현대불교  제969호  2013. 12. 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