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붓다동산7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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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사회적 갈등 현안에 대해 단 하나의 정 고 하더라도 코끼리 아닌 다른 것을 언급하고 있
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정답이 있 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효는 또한
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상이한 견해들을‘옳음 “모두 틀렸다”(개비, 皆非)고 한다. 어느 누구도
과 그름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볼 것 코끼리의 전모를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
이 아니라‘옳음과 옳음’여러 개의 옳음들 간의 문이다. 이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모두”(皆)라
선택이라는 관점을 취한다면 갈등은 현안해결과 고 하는 동시적 상황이다. 나의 옳음이 저들의
더 큰 발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틀림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고 저들이 옳다고 해
                           서 반드시 내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으로 이 글에서는 원효의 만 나의 옳음과 저들의 옳음이 다를 뿐이다.
‘화쟁론’을 중심으로 서로 상이한 배타적 주장
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논의 이제 코끼리의 전모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어느
해 보고자 한다.                  한 주장도 제한되거나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다
                           만 코끼리 아닌 것을 만지고 코끼리라 주장하거
2. 원효의 화쟁론과 화쟁의 정치학        나, 거짓 증언을 하는 사람은 구별되어야 할 것
                           이다. 그런 다음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되
잘 알려진 대로 화쟁(和諍)은 원효 고유의 용 다른 사람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때 점차 코끼
어다. 원효는 화쟁론을 통해 서로 다른 주장들이 리의 전모를 완성해 갈 수 있다. 서로 모순되고
결코 모순되거나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충되는 주장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펼쳐지면
강조하고 있다. 이점은 원효가 들고 있는 장님 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지럽지도 하겠지만 이
코끼리 만지기의 예화에서 잘 드러난다. 코끼리 ‘평화로운 다툼’의 과정을 통해서만이 조금씩
전모를 다 볼 수 없는 장님들은 각자가 만지고 코끼리의 전모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있는 부분이 코끼리의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어
떤 이는 코끼리가“벽과 같다”고 하며 또 다른 한 사회의 발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
이는“기둥과 같다”고 한다. 그야말로‘백가(百 래로 나아가는 방향과 방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
家)의 이쟁(異諍)’이지만 어느 한 사람의 장님도 이 있을 수 있고 때론 갈등도 빚고 다툼도 있을
자신의 주장을 굽힐 수도 없으며 다른 사람의 주 수 있지만 그 길만이 그 사회의 지속적 발전과
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이 손으로 직접 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이다.
끼리를 만진 결과로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
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옳음이 아니라 복수의 옳음이 있다
                           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옳음’이 절대적일 수
이러한 상황을 두고 원효는“모두 옳다”(개시, 없으며‘저들의 옳음’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그
皆是)는 것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어느 주장이라 렇게 함으로써 더 큰 옳음을 함께 만들어 가는

년 월호4 | 2017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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