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붓다동산7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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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등 굵직한 기업 삼십여 개를 골라 법인의 목적 한사람만잡는격’이었다.사안의본질을덮어 버리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취득 려는 수작이었다.
하여 보유하고 있는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검찰은 나를 안가로 연행하여 밤늦게까지 수사를
그 감사반장을 내가 맡게 되었다. 한창 감사를 진 하였고, 다음 날 내게 쇠고랑을 채웠다. 난생 처음
행하던 중에 특정 기업 두 개를 더 포함하라는 비정 쇠고랑을 찬 나는 승용차에 실려 서울구치소로 향
상적인 지시가 내려왔다. 또 3일 뒤에 사무총장이 했다. 나는 용기를 잃지 않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
나를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사무실로 들어가 그를 다. 그러자 창밖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나를 응원하
만나 봤다. 그런데 뜬금없이 감사를 중단하라는 지 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과천 시내를 지날 때에는
시를 내렸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더 좌우에 솟은 청계산과 관악산이 나를 격려하는 것
욱 기가 막혔다. 감사장에서“내가 삼성을 쑥대밭 같았고, 정부종합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내게
으로 만들러 왔다.”고 큰소리치며 무리하게 감사를 박수를 보내는 것 같았다. 용기를 잃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삼성그룹 임원의 말이라고 했다. 구치소에 도착한 나는 수의로 갈아입었다. 먼저
감사반장인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아내와 아이들이 떠올랐다. 내가 이런 일을 당할 줄
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해 봤으나 그는 그 임 뻔히 알면서 가족에게 내 결심을 미리 알릴 수 없었
원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당장 감사를 중단하라고 지 던 이유가 생각났다. 아내가 울며불며 반대하면 내
시했다. 결심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같은 것….
감사원장의 명령으로 시작한 감사를 사무총장이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다음 날부터
중단하라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 나는 수의 차림으로 수사를 받으러 다니고 재판을
만 내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로비스트2) 의 위력을 받으러 다니다가 일60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생각할 때 그 지시가 사무총장의 윗선에서 결정한 수의를 벗었다. 하지만 밖에는 파면처분이 나를 기
것으로 생각되었다. 결국 나는 감사반원들을 철수 다리고 있었다.
시켰다. 그렇지만 그 문제에 대한 나의 고민은 깊어 그 후 나는 6년 동안의 법정 투쟁 끝에 무죄 판결
갔다.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하여 직무를 수행하게 을 받았고, 파면처분취소 판결을 받아 복직하게 되
되어 있는 감사원이 한 재벌의 부당한 로비에 의해 었다. 아주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었다.
흔들리다니,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도 3개월째 토요일마다 광화문 촛불 집
결국 나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 편에 회에 참가하고 있다. 촛불의 민심이 더 많은 양심적
서기로 결심하고, 언론을 통해 양심선언을 하였다. 인 공익 제보자와 기자와 검찰이 나오기를 기대하
이 사실을 국민에게 알림과 동시에 검찰에게‘감사를 고 있다. 나아가 상사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중단시킨 사실’에 대하여 수사를 하라고 제보를 한 검찰이 아니라 이번 특검처럼 법과 양심에 따라 수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감사원과 한 통속이 되어 사를 철저히 하는 영혼이 살아있는 검찰을 고대하
나에게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씌워 버렸다. 마치 면서 ….
‘도둑을 잡으라고 신고했더니 도둑은 잡지 않고 신고 동산불교대학·대학원
DongSan Buddhist Academy
<에세이21 2017 봄호 게재내용>
년 월호14 | 2017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