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붓다동산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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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올라올 것을 권했다. 그러나 사명당은 손에 「뭘요, 대사께선 아마 이 비를 멈추게 할 뿐만
참새를 쥐고 있는 터라 답을 듣고 싶었다. 아니라 하늘로 되돌리시겠지요.」
「고맙소이다. 대사님. 이 참새는 어찌 되겠습 「허허, 사명대사님이 미리 알아주시니 감사합
니까?」 니다.」
「불도를 닦는 분이 어찌 살생을 하겠습니까?」 「아니, 그렇다면...」
서산대사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당대 고승의 만
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사명당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서산대사는 좀
그러나 대사는 서산대사를 좀 더 시험해 보려 전의 사명당처럼 합장한 채 하늘을 우러렀다. 숨
는 마음이 남았다. 대사에게 오공(午供)의 공양 막히는 순간이었다. 줄기차게 퍼붓던 비가 뚝 그
밥상이 나오자 밥상을 물리면서 서산대사에게 치면서 빗방울은 하늘로 거슬러 올라갔다. 한참
특별한 국수를 만들어 먹자고 제안하면서 발우 을 오르던 비는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새로 변하
에 물을 담아서 바늘을 넣고, 잠시 그릇 속의 바 여 나르는 것이었다. 청명한 천지에는 새의 노래
늘을 응시했다. 이게 웬 일인가. 바늘은 먹음직 와 환희로 가득 찼다.
한 국수로 변했다. 사명당은 맛있게 먹으면서
서산대사에게도 권했다. 이를 지켜보던 서산대 가슴 조이던 사명당은 이 변화무쌍한 광경에
사 역시 국수를 먹었다. 그리고는 사명당과는 자기의 모자람을 깨달았다.
달리 입에서 바늘을 뱉어내놓았다. 대단한 신술 「대사님! 진작 알아 뵙지 못했습니다. 과연 만
이었다. 천하의 스승이시옵니다. 부끄러운 몸이지만 저
사명당은 다시 계란을 꺼내더니 한 줄로 곧게 를 제자로 삼아 법도에 이르도록 가르침을 내려
쌓아 올렸다. 그러나 서산대사는 그 반대로 공 주옵소서.」
중에서 계란을 쌓아 내려왔다. 사명당은 초조해 사명당은 눈물로써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다.
졌다. 서산대사도 마음이 흡족했다.
「아래에서 위로 쌓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진정 그러시다면 나 또한 즐겁지 않을 수 없
소. 그대같이 슬기로운 제자를 맞게 되니 더없이
사명당은 열세를 느꼈으나 한 번 더 겨루기로 기쁘구려.」
했다. 사명당은 하늘을 우러렀다. 구름 한 점 없 그들은 합장한 채 오래도록 부처님 앞에 서 있
는 장안사 상공에 갑자기 먹장구름이 뒤덮이더 었다. 사명당은 그날부터 서산대사의 수제자로
니 천지를 흔드는 천둥번개와 함께 굵은 빗줄기 서 용맹 정진했다. 동산불교대학·대학원
DongSan Buddhist Academy
가 쏟아져 내렸다.
「사명대사, 과연 훌륭한 신술이오.」이쯤 되면
서산대사도 굴복할 것 같아 사명당은 내심 기뻤
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헛기침을 했다.
년 월호32 | 2016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