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붓다동산7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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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만추 의 사색晩秋 思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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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루당 이동산인불교희대법학사원
조락(凋落)의 계절이 깊었나 보다. 엇이며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성자
간밤에 내린 비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발아 (聖者)나 철인(哲人)이 아니더라도 시정(市井)의
래 소복하다. 어린 손주놈을 유모차에 싣고 망구 필부필부(匹夫匹婦)도 한번쯤은 생각해 본 인생
(望九)의 노객(老客)은 낙엽을 밟고 서서 만추의 에 대한 화두(話頭)라 하겠다.
사색에 잠겨 본다. 내장산 단풍이 하 좋다기에 무엇보다 가장 심각하고 두려운 것은 죽음의
잠시 끌어다가 내 집 정원에 풀어 놓고, 찬연한 관문을 넘어서는 일이다. 죽는 순간에 당해야 할
늦가을 풍광을 완상(玩賞)하고 있슴이다. 속절없 단말마가 두렵고, 사후 세계가 궁금하다. 나는
이 흐르는 세월 앞에서 유한(有恨)의 생명을 가 이와 같이 무거운 업보를 거머지고 피안을 향해
진 인간에게는 계절이 가저다 주는 무상(無常)이 해저믄 길을 가고 있는 나그네일 뿐이다.
고통으로 다가선다. 우주와 인간, 삶과 죽음, 사후의 육신과 영혼
광대무변한 중공(中空)에 흩뿌려진 행성 중에 의 실체(實體)에 대하여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
하나인 지구마을. 그 일우(一隅)에 서서 나의 존 해 주는 것이 종교라 하겠다. 8만 4천의 대장경,
재를 더듬어 본다. 젊은 시절의 호연지기(浩然之 66권의 성경, 코란이나 4서3경에 담겨저 있는
氣)는 찾을 길 없고, 어제의 내 모습도 가뭇없이 교리는 종교 나름대로의 우주관과 생사관, 세계
사라 졌으니 오늘의 내 실상(實相)을 어디에서 관, 자연관, 생활관, 사회관등 인생에 대한 포괄
찾을까? 적인 진리가 담겨져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나는 누구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고 있는 관념들을 상징적으로 또는 구체적인 행위로 나
가. 왜 나는 죽어야만 하는 것인지, 죽음이란 무 타내고 있는 것이 종교의식(宗敎儀式)이며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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